[인터뷰]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나눔으로 인생 2막 연다’

석동현(55) 전 부산지검장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석동현(55) 전 부산지검장은 최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 309 센텀큐 건너편 리드빌딩 3층에 법무법인 대호 부산 분사무소를 열었다. 2014.05.19. (사진 = 변호사사무실 제공) photo@newsis.com 2014-05-19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앞으로는 미래를 제시하는 창조적인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석동현(55) 전 부산지검장이 고향 부산에 몸을 풀었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 309 리드빌딩 3층에 법무법인 대호 부산 분사무소를 열었다. 고향에 여장을 푼 그는 “법관이나 검사는 주로 과거의 행적을 쫒아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직종이었던 만큼 앞으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 일을 절반정도로 줄이고 대신 공익을 위해 봉사하면서 남을 돕는 일을 하기로 했다. 부산 법조타운을 벗어나서 해운대에 사무실을 연 것도 이런 연유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고, 언젠가 할 일은 지금, 어차피 할 일은 즐겁게 하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성공한 검사장이 고향 부산에서 인생 2막을 열기로 맘 먹은것은 “어릴 적 생체 리듬에 익숙한 고향이라서 더 평온하고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뱃고동 소리나 부산갈매기 노래 가락만 들어도 평온함을 느끼던 고향이었다. 앞으로는 부산사람들과 친구, 선·후배들이랑 더불어 살면서 웅숭깊은 맛과 멋을 느껴 볼 작정이다. 석 변호사는 검사시절에도 항상 따뜻한 온기를 풍겼다. 2011년 8월 부산지검 검사장에 취임하던 날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라)’이라는 채근담을 인용해 스스로 경계하고 청렴한 복무 자세를 견지하면서 민원인이나 다른 기관의 직원들에게 자세를 낮춰 업무 할 것을 당부해 직원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특히 이날 “중소기업인들을 배려 해 주라”고 말해 후배 검사와 수사관들을 의아하게 했다. 기업인들의 잘못을 무조건 덮어주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내는 세금에 의하여 나라살림이 돌아가고 성장이 이루어질 뿐 아니라 회사 종업원들의 고용과 생계가 달려있는 만큼 예컨대 출석을 요구할 때에도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요구하고 출석일시도 가급적 형편을 감안하여 준다거나 조사할 때에도 표현 같은 것을 조심하라는 의미였다. 부산 태생인 석 변호사는 동구 범일동에서 엿공장집 둘째 아들로 별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래도 중·고교 시절에 고물상 등에 엿 배달도 다니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봐서 서민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떠 올렸다. 그의 이력에는 유달리 특이한 기록이 하나 있다. ‘검사 방위병’이다. 1981년부터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300명으로 갑자기 늘면서 법무관 자리가 부족해 연수원 수료무렵에 동기들끼리 자체 조율하던 과정에서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방위병이라도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사복입고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군기가 세기로 소문난 모 사단 헌병대에서 군복입고 근무하는 현역 방위병이었다. ‘예비 검사 방위병’이라는 사실을 아는 간부들은 그래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예우를 해 주는 편이었지만 직속 선임인 방위병 고참들로부터 고된 시집살이를 했다. 그러나 방위병 복무시절에 얻은 것도 많았다. 어린 나이에도 처자를 둔 가장이 된 방위병 동기들 중 야간에 잠도 못자고 포장마차 등 생계에 매달리다가 부대출근을 못해 본의 아니게 군무이탈로 영창에 가게 되는 딱한 처지를 보면서 피의자들을 한 번 더 살펴보는 신중함을 배웠다. 후배 검사들한테도” 피의자들을 법대로 엄하게 다스리되 정작 어려운 피의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온정을 베풀어 주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어려운 상황에 빠진 바닥 인생들을 볼 기회가 많았던 덕분이다. 그는 대검찰청 공보관으로 재직하던 2002년 예상치 못하게 대장암 2기 판정을 받고서 대장전부를 절제하는 대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석 변호사는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완전 회복했지만 갑작스런 암 투병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소회했다. 그는 대장이 사람 몸에 있는 5장 6부의 하나라는 점에서 자신은 “5장 6부가 아니라 5장 5부가 됐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부산 태생인 그는 부산 동고 졸업 후 1983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던 그해 사법시험(25회) 합격하고 사법연수원(15기)을 거쳐 병역을 마치고 1987년 3월 검사로 임관돼 부산지검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대전고검 차장,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을 거쳐 고향인 부산지검장에 부임하는 행운을 누렸다. 검사장이 되기도 어렵지만 고향에서 검사장으로 근무하는 기회를 갖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기 때문이다. 검사 시절 유달리 엄격한 자기 관리가 몸에 밴 그는 2012년 11월 서울 동부지검장 재직 당시 ‘성추문 검사’ 사건이 발생하자 감독 소홀 책임을 지고 주저없이 검사장 직을 사임하고 검찰을 떠났다. 전국의 많은 후배검사들이 아쉬워 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당시 검찰총장과 대검 중수부장의 정면 격돌로 검찰 조직이 사상 초유의 내홍을 겪고 있을 때도 그는 ‘검찰개혁안’과 ‘비리검사 사건 특임검사 임명’, ‘성추문 검사 처리 방식’ 등에 대해 올바로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밖에 없다”며 입바른 쓴 소리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사이면서도 국적법이나 이민법 분야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그는 지난 4월 학자, 전문가 들과 함께 ‘다동이정책포럼’을 만들어 상임대표를 맡았다.‘다동이’는 다문화·동포·이주민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 이다. 석 변호사는 “규제 일변도인 비자체계를 개편해 개방과 포용 정신으로 외국인 인력 유치 길을 넓히고 이민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각 분야에서 외국인 인력 수요를 체계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고 한반도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변호사들과 함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을 만들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변은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국군포로와 납북·탈북자, 이산가족 문제 등 북한 관련 인권문제 해결을 비롯해 한반도 통일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그가 부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낸 것도 경험과 재능봉사를 통해 부산·울산·경남지역에 특히 많은 다문화가족 및 외국인 근로자들은 물론이고 산업인력을 확충하는데도 도움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전국의 국제선 공항과 항구에서 내국인들이 외국여행을 마치고 입국할 때 여권에 입국 스탬프(심사인) 날인을 하지 않고 신속하게 출입국 수속을 할 수 있게 한 것을 비롯하여 그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동안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있을 동안 새롭게 고안되거나 개선된 제도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서울 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그는 법무법인 화우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대호의 고문 변호사로, 부산시와 부산시 교육청 고문 변호사 및 ㈔동포교육지원단 이사장도 함께 맡고 있다. 이 밖에도 그는 변호사를 막 시작한 지난해 5월에는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인‘아너 소사이어티’의 286번째 회원이 됐다. 그는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너무 많았다”면서 “그 일부라도 사회환원한다는 심정으로 1억원의 기부약정을 하고 우선 퇴직금에서 일부를 내고 나머지는 5년간 분할 기부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야구를 사랑하는 석 변호사는 지난 3월에는 롯데 자이언츠 자문 변호사로 위촉됐다. 그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생활과정에서 법률문제에 부딪치게 될 경우에 그 일에 얽매이지 않고 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률 서비스를 무상 지원하며 선수들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검사, 행정가로 지내온 그의 경륜과 재능을 살려 더 많은 봉사와 역할이 기대된다. heraid@newsis.com 출처: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40519_0012925796

“다문화시대 이민정책, 포용 정신으로 기본 틀 바꿔야”

4월 출범한 ‘다동이정책포럼’ 대표 석동현 변호사

규제일변도인 비자체계를 개편해 우수 외국인 인력 유치 길 넓히고 법무부는 검찰 밖 이슈를 챙겨야

미국 국토안보부는 최근 해외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비자 체계 개정안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수학 등에 특화된 전문직 취업비자(H-1B) 소지자의 배우자도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비자 체계는 어떨까. 지난달 출범한 ‘다동이정책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55·사진)는 “그동안 규제 일변도로 출입국 정책을 하다보니 비자 체계가 너무 세분화돼 있다”며 “전문인력을 중점 유치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11일 지적했다. ‘다동이’는 다문화·동포·이주민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사법연수원 15기로 부산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2012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법무법인 화우를 거쳐 현재 대호 변호사로 재직 중이며 올 3월부터 한국이민법학회장도 맡고 있다. 2009년 8월부터 2년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지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사증발급 기준(비자 종류)은 크게 36가지다. 세부기준으로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진다. 특정활동(E-7)비자 하나만 봐도 82개 세부직으로 나뉜다. 석 대표는 “기업투자(D-8)비자 역시 제한이 굉장히 많다”며 “개방과 포용 정신으로 이민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부기준만 충족하면 비자를 내주는 현재 틀에서 벗어나 각 분야에서 외국인 인력 수요를 체계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이민 정책에 열변을 토하는 이유는 뭘까. 투병 후 얻은 ‘새 생명’과 관련이 있다. 그는 대검찰청 공보관으로 재직하던 2002년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다. 2개월의 짧은 휴직 기간에 수술을 받고 복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검사 일을 계속했다. 이듬해에는 노무현 정부 1년차 법무부 법무과장을 지내며 격무를 이어갔다. 일부에서는 “출세에 눈멀어 몸을 더 상하게 한다”는 시선을 보냈다. “일까지 그만두면 오히려 더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할까 생각도 했지만 어디든 스트레스가 없겠습니까. 이렇게 살 수 있음에 그래도 하늘이 좀 더 기회를 주시는구나…. 욕심이 적어졌고, 좀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죠.” 그는 검찰 수사관행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증거가 100% 명백하면 어차피 재판 과정이 있으니 피의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라고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물론 흉악범이나 상습·확신범 등 중범죄자는 빼고요. 살면서 어쩌다 범죄에 휘말린 피의자들은 분명 누군가의 가족이고, 부모고, 자식이고, 사회인입니다.”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검찰 밖 이슈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법무부 장관이 항상 국감에서 검찰 이슈로 정치권으로부터 난타당하니까 출입국 외국인 정책, 상사법무 등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연구할 시간이 없고, 의지도 갖지 못합니다. 법무부는 검찰 외 일을 챙기는 기관으로 인식과 미션 전환이 시급합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출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51101451